• 최종편집 2021-04-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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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한음한방신경정신과 한의원원장

코로나 전염병이 1년 이상 장기간 유행하면서, 우리 시민들의 생활방역 수준도 높아졌다. 그 덕분에 감기나 눈병 환자가 예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반면 코로나 이후 환자가 늘어난 곳도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1029일에 발표한 코로나 19로 인한 국민의 의료이용행태 변화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3월부터 7, 기분장애로 의료를 이용한 환자 수는 71만 명으로, 전년 동 기간 66만 명 대비 7.1% 증가했다.

 


『A씨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녀는 남편과 함께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주부이다. A씨의 남편은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 코로나 이후 손님이 줄고 매출이 많이 떨어지자 집에 와서 혼자 술을 마시며 신세를 한탄하는 일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그런 남편을 위로도 해 주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매일 술만 마시는 남편의 모습이 못마땅해 남편에게 화를 내게 되어 부부싸움이 잦아졌다.

아이들도 밖에 나가지 못하고 집에만 있으면서 싸우는 일이 많았다. A씨는 매번 아이들 싸움 말리는 일에 지쳐갔다. 학교를 가지않는 아이들 삼시세끼 식사를 준비하는 일도 많이 부담이 되었다. 모임이나 문화센터도 취소되어 친구를 만나거나 스트레스 해소할 여유를 갖지 못했다.

이런 생활이 수개월이 지날 무렵 자기도 모르게 화내지 않아도 될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짜증을 내게 되었다. 가슴이 답답하고 한숨을 쉬는 일이 잦아지다가, 어느새 얼굴에 열이 화끈거리고 식은땀이 나고 잘려고 누우면 두근거려 잠들 수가 없었다. 점차 무기력해지고 매사에 의욕이 없어지고 너무 피곤해 어떤 일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A씨의 진단명은 화병이었다. 화병은 가슴이 답답하고 열감을 경험하면서, 두근거림, 입마름, 두통, 불면 등의 신체증상을 보인다. 이와 함께 분한 감정이나 삶이 허무한 느낌 등의 심리증상이 있으면 진단할 수 있다.

 

화병의 증상은 스트레스가 진행되어 감에 따라 단계별로 양상이 조금씩 달라지는 특징을 가진다. 각 단계별 증상은 요즘 많이 쓰이고 있는 코로나 컬러들의 의미와 유사한 면이 많아 화병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함께 설명드리고자 한다.

 

코로나 스트레스가 장기적으로 지속되고 경제적 문제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심리적인 고통을 지칭하는 신조어들이 생겨나고 있다.

 

'코로나 블루(Corona Blue)'는 코로나19로 생겨난 우울감을 뜻하는 말이다.

스트레스 초기에 감정을 밖으로 충분히 표출하지 못하고 안에 쌓아둠으로써 여러 증상들이 생기는데 한의학에서는 이를 기울 혹은 간기울결이라고 칭한다. 이 시기에는 작은 일에 예민해지고, 기분이 우울하고, 가슴이 답답하거나 한숨을 자주 쉬게 된다.

 

코로나 레드(Corona Red)’는 우울이나 불안 등의 감정이 '분노'로 폭발하는 것을 가리킨다. 제한적인 일상과 단절된 인간관계로 인해 느끼는 스트레스로 인한 감정이 우울을 넘어 분노까지 확산된 것이다. 울체된 감정이 쌓여가면서 초기의 증상이 점차 열로 바뀌어 나타난다.

한의학에서는 이것이 불의 형상과 같다고 해서 화병이라고 부르게 된다. 두통, 어지러움, 이명, 눈과 얼굴이 붉어지고, 입이 마르거나 심하면 쓴맛을 느끼고 불면증이 생기기도 한다.

 

코로나 레드를 넘어가면 좌절, 절망, 암담함 등을 느끼는 증상을 보이게 되는데 이를 코로나 블랙(Corona Black)’이라고 한다.

이는 스트레스 후기에 보이는 소진단계와 유사하다.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어 신진대사가 떨어지고 무기력하며 의욕이 현저히 저하된다. 심한 경우 체중이 눈에 띄게 줄기도 한다. 각 단계별 증상은 함께 혹은 따로 나타날 수 있으며 스트레스가 장기화 되면서 몸은 점차 쇠약해져 가게 된다.

 

코로나 백신접종이 시작되었지만 안타깝게도 한동안은 코로나와 함께 하는 생활이 지속될것 같다. 그렇다면 코로나가 종식되는 날까지 우리는 어떻게 지내야할까?

 

스트레스 초기 단계로,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다면 기가 울체되어 있으니 이기, 즉 신체의 순환을 좋게 하는데 집중을 해보자. 햇빛을 보며 자주 걸으면 좋다. 가족끼리 다정하게 뭉친 곳을 마사지해준 것도 좋을 것이다. 따듯한 물에 목욕하기도 권한다. 귤 껍데기를 우린 차나 박하차, 국화차 등을 따듯하게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코로나 레드 이상의 단계라면 한의원 치료를 권한다. 병적으로 증가한 신체 대사를 늦추고 나쁜 열을 꺼주어 몸이 더 이상 쇠약해지지 않도록 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생활 속에서는 나물 반찬 등 채식 위주의 담백한 식사를 하며 달고 짠 음식을 피하도록 한다. 유산소 운동을 하거나 명상하며 마음을 고요하게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스트레스를 오랫동안 겪으면서 코로나 블랙에 이르렀다면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을 최대한 멀리하고 업무량을 줄여 부담을 줄이는 것이 꼭 필요하다. 수면시간을 최대로 확보하고 충분한 휴식할 것을 권한다.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한다. 이 시기에는 원기를 북돋우는 보약 치료도 좋다.

 

어느 날 갑자기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불청객이 나타나 우리의 생활이 엉망이 되고 우리의 몸과 마음이 힘들어졌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더 절망하게 된다. 이럴 때일수록 내 삶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우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현재를 잘 채워가자.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정말로 통제할 수 없는 지나간 과거의 일들, 미래의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는 덤덤히 받아들여 보기로 하자. 이를 레이놀드 니부르의 유명한 기도로 갈음한다.

 

신이시여, 제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어볼 용기를,

 바꿀 수 없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평온한 마음을,

 그리고 그 차이를 이해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십시오. ”

 - 레이놀드 니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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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칼럼] 코로나와 화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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